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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발행인 기사입력  2018/06/22 [09:48]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유엔에서 규정한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사회적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는 근거 있는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그런 공포로 거주한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 원하지 않는 외국인'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최근의 난민은 이런 일시적 정치 요인보다는 각국 국가 기능의 실패로 인한 만성적 사회 혼란과 구조적 경제난으로 발생하는 양상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난민 누적 인원이 68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난민 문제는 유럽에서는 심각한 사회·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난민 문제를 둘러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호르트 제호퍼 내무장관의 이견으로 대연정 내각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에선 반(反) 난민 정서가 강해지고 있고, 정부는 난민 신청 및 승인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이민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에 비해 난민 유입이 많지 않아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적이 없지만, 최근 제주도에 무사증(무비자) 제도를 이용해 예멘인 수백 명이 입국하면서 난민 수용 찬반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예멘에서는 2015년 3월부터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동맹군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 간 내전이 지속돼 1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난민으로 전락하는 비극적 상황을 맞았다. 이들 예멘 난민 중 일부가 비자 없이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로 도피했다가 기한이 만료되자 다시 무사증(무비자)으로 입국할 수 있는 제주도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우리나라 관련 기관들은 난민 인정을 신청한 예멘인들을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대우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처한 입장을 고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구직 활동을 허가했다. 제주시도 이미 입국한 난민들에 대해서는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멘 난민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슬람국가(IS) 테러범이 속해 있다’ ‘성폭행 등 잠재적 범죄자다’ 등의 근거 없는 소문들이 나돌고 있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추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정부가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거부해달라는 청원에 동의한 인원이 30만 명을 넘어섰다.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등 일부 지역 단체도 관광을 위해 만든 무사증 제도가 불법 난민의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우리나라는 1992년 유엔 난민지위 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에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난민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난민을 수용하는 비율을 초라하기 짝이 없다. 1994년 처음으로 난민 신청을 받은 이래 지난달 말까지 2만361명에 대한 심사를 마쳤다. 이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839명으로, 단 4.1%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난민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못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난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예멘 난민을 둘러싼 갈등과 해결은 인권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을 성찰하는 좋은 계기다. 우리의 국력과 경제력에 걸 맞는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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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22 [09:48]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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